재취미/음식

[사케동] 연어가 스폐셜리스트가 아닌, 팀원으로 존재할 수 있게하는 음식

재삉 2021. 9. 2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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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며 집으로돌아가는 재삉

집으로 가는길에는 항상 하는 생각이있다.

'뭘먹지?'

 

때마침 내 옆에 보이는 일식집.

오늘은 그곳으로 들어가기로했다.

 

 

사실 아침부터 사케동먹으려고 벼르고있었다.

퇴근 한시간전부터 '연어 다 죽었다'라고 되뇌이며 히죽거렸다.

 

 

내 단골 사케동집 사장님은 중년의 남성분이다.

항상 종이돛단배같은 모자를 머리에 쓰고계시며, 주방과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서 휴대폰을 보고계신다.

 

가게에 흘러나오는 음악은 

그저 적적함을 달래러 틀어놓은 아무 음악이 아니다.

 

음악을 듣다보면 '이게 뭔노래지?'싶은것도 있지만,

가게 내부에 인테리어되어있는 수많은 음악 앨범들과 레코드판들,

심지어 음악CD와 레코드판을 수제로 개조한 판매가능한 핸드메이드 시계도 전시되어있다.

음악에 일가견이 있으신 분 같으니, 분명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일것이다.

 

가게에 입장하게되면

나는 사장님과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검지를 치켜들며

'사케동 하나요'를 말한다.

 

'사케동 하나'

라는 사장님의 대답을 들을때,

이 순간만큼은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단골손님과 일본사장님같은 느낌이 든다.

무언가 합이 맞았다는 생각이들어 뿌듯하다.

 

탁자에는 락교와 생강절임이 있다.

그렇지만 이번엔 너희들이 나설차례는 아니다.

 

조금 기다리다보면 기다리던 사케동이 등장한다.

 

좌측 상단부터 사케동에 뿌려먹는 소스, 미소국, 그리고 사케동.

 

사케동은 연어와 레몬, 날치알과 무순 그리고 와사비와 밥으로 구성되어있다.

 

먼저 레몬을 빙둘러 짜주었다.

너가 얼마나 존재감을 뽐낼지는 내 미각으로는 알수없겠지만, 그래도 기분내기는 좋으니까.

 

다음은 사케동소스.

나는 사케동소스를 전부 다 넣어준다.

사람에 따라서는 달수도있겠지만, 나는 촉촉한 식감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번엔 '밥알에 촉촉히 전부 스며들진 않았지만, 소스의 맛은 베어있는 상태'가 궁금하여 2/3만 우선 넣어주었다.

 

 

 

이제 먹을차례다.

숟가락으로 퍼올릴 연어를 고른다.

그 다음에는 그 연어 밑에 깔려있는 밥을 올려준다.

아, 맨 위쪽에 있는 밥은 소스가 닿지않았을수도 있다.

따라서 맨 밑에 가라앉아있는 소스에 충분히 적셔준뒤 숟가락에 연어와 함께 올려준다.

그리고 적당량의 와사비와 무순을 올리면 한입이 완성된다.

 

잘 찍고 싶었으나, 부족한 사진센스와 빨리먹고싶다는 간절함 때문이니 용서해주길..ㅠ 그리고 무순은 안올렸다. 나 무순 싫어한다. 

 

입에 한입 가득 찬다.

제일먼저 느껴지는건 소스다.

달짝지근한 소스의 존재감이 느껴질때 쯤에, 팍 차고오는게 있었으니

그것은 연어.

그래 아무리그래도 너가 메인이라 이거지?

 

내가 이 집 사케동을 계속찾는 이유중 하나가 여기에있다.

연어 특유의 질리는맛을 

한그릇이 끝날때까지 만나지못한다는 점이다.

연어는 굉장히 신선하며 부드럽고 연어의맛을 가득 머금고있다.

 

달달한 소스와 부드러운 연어의맛을 느끼고있으면 와사비가 등장하여 루즈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한번 잡아준다.

와사비는 군기담당인가보다.

 

양파의 식감은 아삭아삭.

재밌다.

매운맛이 느껴진다거나 하지않고 오로지 식감만.

자기가 나서야하는 역할을 잘 알고 수행해주고있다.

 

식감에서 빠질수없는것은 저 '깨'다.

처음에는 느껴지지도않는 저 작은 깨는 밥알과 함께 씹히며 토독 토독 재밌는 식감을 느끼게해준다.

 

이런저런 재미를느끼면 결국 금방 먹어치워버리게된다.

아쉬움까지 느껴지는 짧은 시간.

 

한그릇을 다 먹어치우면서 

'정~말 질릴수가없는 구성이다'라고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맛도있지만,

재료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자신의 역할을 너무나도 잘 수행해주고있다는 점에서 더 높은 점수를 주고싶은 음식이다.

 

만족스러운 저녁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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