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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경험과 적절한 소비는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재이든 2024. 10. 1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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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본적으로 열심히 살고싶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뭐든 잘해야하고, 뒤쳐지면 안된다.

 

이렇게 살아오면서 20대 중반쯤에 나는 무언가 느꼈었나보다.

바로 돈의 목적이다.

나는 돈의 목적이 없이 돈만 쫒는다면

그 욕심의 끝은 없으며 

결국 돈만 쫒다가 많은것을 잃어버리게 될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내가 정한 돈의 목적을 다음과같이 정했다.

'내 가족이 아플때 돈 때문에 슬플일 없을 정도'

 

난 그렇게 살아왔다.

아니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

 

그러나 최근의 모습들을 뒤돌아 봤을 때 

나는 전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

뭐든 잘해야하는 나의 근본에 맞물려 

돈을 아끼고 쌓아가며 지켜야하는 존재로만 인식했다.

 

그래서 내가 필요한것은 주저없이 소비했을지언정

내가 바라는것은 전혀 소비하고있지않았다.

 

내 모습을 돌아봤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이였을까?

일, 집, 운동이 전부였다.

건강하고, 돈을벌고,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최적의 루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로봇이 아니다.

미래를 위해 생산적인 최적의 루틴이라고 생각했던 행동들은

결국 현재의 나를 지워갔다.

(실제로 주말에 약속이 없으면 뭘해야할지 몰라 루틴대로 생활했다.

남들은 좋아라하는 연휴와 공휴일은 그저 '전날 운동을 빡세게 해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정도로만 치부했다.)

 

현재의 나를 지워갈수록

미래 또한 의미가 없어져갔다.

결국 현재도 미래도 없어지고있던 것이다.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지경까지 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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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이 필요했다.

나는 우울감이 밀려올때면 나 자신과 집을 돌본다.

집을 돌보다보니 집의 인테리어도 바꾸고 내가 원하는 집의 모습을 만들어갔다.

내 집을 꾸미는 재미가 있어졌고, 이전보다 더 집은 나에게 '가고싶은 곳'이 되어갔다.

그러다보면 차차 다시 밸런스를 찾아가곤 했는데

나는 이번엔 좀 더 나아가기로 했다.

 

나를 좀 더 알아가고,

인생이라는것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머리로 생각하고 거부해왔던 모든 경험을 일단 해보기로했다.

길가던 사람이 말을걸면 일단 들어봤다.

약국의 아주머니가 신나게 말을걸면 일단 들어봤다.

시끄러운 술집에 가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일단 가봤다.

난생 처음 접하는 타국인들과의 교류회 제안을 받아들여 일단 가봤다.

비행기값, 숙소값 등 너무 비싼 타이밍임에도 여행을 가자는 제안을 받아들여 일단 가봤다.

 

정말 남들이보면 별거 아닐 일 같지만,

나는 이 일들을 일단 받아들이고 행함으로서 나를 알아갔다.

내가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좋아했었지

대화를 이끌기도하고 경청하기도하고 소외된 사람을 신경씀으로서 대화의 장을 풍요롭게 하는것을 좋아했구나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대화걸었던 사람들은 정말 예상대로 사이비가 맞았구나

그 중에서는 정말 대화가 필요했던, 경청해주고 대화를 하는것만으로도 감사함을 표시하는 사람도 있구나

 

특히나 여행을 통해서는

언어습득, 문화차이 그리고 돈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되었다.

 

여행은 돈이든다.

머리로만 생각하면 돈이 줄줄 새는 행위로밖에 보이지않는다. 실제로 내가 그랬다.

비행기값 몇십만원, 숙소값 몇십만원, 먹고 커피마시고 이동하는데에 다 돈이든다.

 

난 이번엔 돈을 절대 신경쓰기로 하지않았다.

내가 먹고싶은것은 사먹었고

갖고싶은것은 사왔다.

오픈시간이 20분 남짓한 문화재의 입장료를 수만원이나 주고도 다녀왔다.

 

먹고싶은것을 먹고, 갖고싶은것을 사고, 비효율적인것에 돈을 쓰면서 했던 

음식과, 물건과, 경험에 의미가있었느냐?

있었다.

정확히는, 내가 바라는것에 돈을 쓰는것에 의미가 있었다.

 

내가 먹고싶은것을 먹고 생각했다.

'생각했던것 만큼 맛있다 혹은 처음먹어보는 맛이다 혹은 맛없다.'

'밥알은 한국에서 먹었던 그 집보다 덜익었네, 여기에는 이 퀄리티로 한국의 절반가격밖에 안되네' 등

그 음식(또는 물건, 경험)과 국가에 대한 나의 기준과 경험이 생겼다.

 

내가 하고싶은것에 소비를 함으로서

내 세상이 넓어져갔다. 이 짧은 기간의 경험들과 한 번의 여행으로 말이다.

 

그때 쯤에 깨달았다

돈으로 필요한 것을 소비할 수 있어야하고(물질적 삶의 질을 위해)

실험적인 소비를 할 수 있어야하고(새로운 경험과 내 취향 탐구를 위해)

돈으로 바라는 것을 소비할 수 있어야한다.

 

돈을 쓰레기통에 쳐박는 행위만 안하면된다.

 

실제로 다양한 경험과 돈의 소비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 후

퇴근 후(혹은 주말에)에 가보고싶은 곳, 해보고싶은 요리가 생겨났다(에어프라이기도 사봤다)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다양한 제안을 주셨던 분이 또 어떤 제안을 주실지 기대가됐다.(내가 제안하는것도 좋을것같다)

 

그리고 여행을 또 가고싶어졌다. 이번엔 영미권으로!

이번 여행때는 기본적인 회화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었으니까 

기본적인 회화는 공부하고 가고싶다.

 

여행에 대해 생각할때

'국내도 충분히 매력적인곳이 많을텐데,
우리나라가 아니라 한국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되었다.
그래서 자동차도 사고싶어졌다.

 

사실 이 모든게 당장 가능하다.

그저 내가 지금껏 모아놓은 통장잔고가 줄어들뿐이다.

 

평균만 대충 따지면 한 노동자가 일생동안 7억 남짓한 돈을 벌 수 있다고한다.

내가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인생의 풍요로움들을 버리고

수십년뒤 7억원을 쥐어준다면

그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대책없이 낭비하라는 말이 아니다.

나의 양분이 되어줄 새로운 경험을 위해,

내가 바라는것을 위해 소비할수는 있어야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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